저를 유혹하셨나이다

책상 앞에서 침묵으로 기도하던 중 마음에 강한 전율과 함께 열왕기상에 있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때에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에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 열왕기상 19,11-12

위 말씀에 따르면 주님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는 크고 강한 바람, 지진, 불이 모두 지나간 뒤에 마음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바람과 지진, 불을 겪어야 이런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일까요.
매일 매일 특별한 것은 없지만 세상일과를 면제받는 듯한 저의 사무실 기도는 외부와의 소통이 최소화되고 고독과 고요와 침묵 속으로 들어가 주님의 소리를 듣기 위한 것 같습니다. 이런 삶으로 주님께서 저를 유혹하고 계신 듯 합니다.

“야웨여, 주님께서 저를 유혹하셨나이다. 그리고 저는 유혹을 당하고 말았나이다”
- 예레미야 20, 7 상반절

예레미야 선지자는 “유혹”이라는 낱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 용어는 남자가 여자를 유혹한다는 성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말인데, 선지자는 하나님이 자신을 유혹했다고 그리고 자신은 그 유혹에 넘어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독과 고요와 침묵”이라는 설교자의 삶이 성적인 유혹을 넘어서는 설레임과 두근거림으로 가득하다는 선지자의 분명한 인식을 담고 있는 영혼의 고백이겠죠.

“새 마음을 넣어주며 새 기운을 불어넣어 주리라. 너희 몸에서 돌처럼 굳은 마음을 도려내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넣어주리라”
- 에스겔 36,26